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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년 기원 / 이성부 신년 기원 시인들이 노래했던그 어느 아름다운 새해보다도올해는움츠린 사람들의 한해가더욱 아름답도록 하소서 차지한 자와 영화와그 모든 빛나는 사람들의 메시지보다도올해는 가는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소망이 더욱 열매맺도록 하소서 세계의 모든 강력한 사람들보다도쇠붙이보다도올해는바위 틈에 솟는 풀 한 포기,나목을 흔드는 바람 한 점, 새 한 마리,억울하게 사라져가는 한 사람,또 한 사람,이런 하잘것 없는 얼굴들에게터져 넘치는 힘을 갖추도록 하소서 죽음을 태어남으로,속박을 해방으로,단절을 가슴 뜨거운 만남으로고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모든 우리들의 한해가 되도록 하소서역사 속에 그리움 속에한 점 진하디 진한 언어를 찍는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더보기
[시]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떄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떄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떄는 너의 하늘을 보아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떄는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더보기
[시] 그렇습디다 / 류근 그렇습디다 살아보니 그렇습디다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습디다웃을 일도 울 일도 없습디다 다 거기서 거깁디다안 죽고 살아만 있으면세월이 다 말해줍디다세월이 다 덮어줍디다 살아보니 그렇습디다얻을 것도 잃은 것도 없습디다놓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습디다가질 것도 쌓을 것도 없습디다마음 주고 서러워할 것도 없습디다 살아보니지나고 보니 다 거기서 거깁디다세월이 다 막아줍디다세월이 다 가려줍디다세월이 다 갚아줍디다 살아보니 그렇습디다 더보기
[시] 만남 / 정채봉 만남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힘이 있을 떄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힘이 들 떄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더보기
[시] 질경이 / 류시화 질경이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뽑아낼 새도 없이슬픔은질경이와도 같은것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다른 식물의 감정들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이기적이라고 말한다서들러 뽑아버릴수록 좋다고그냥 내버려두면 머지않아질경이가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한때 나는 삶에서슬픔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떄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슬픔만이 있었을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질경이는 내게단호한 눈짓으로 말한다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얼마만큼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내 안에서 방황했던가8월의 해시계 아래서 나는나 자신을 껴안고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여름의 그토록 무겁고 긴 날에 더보기
[시] 어제의 눈물 / 정경심 어제의 눈물 억눌렀던 눈물이 바다처럼가버린 시간에 대한 회한이 봇물처럼고통의 기억이 풀잎을 스치는 바람처럼사람에 대한 감사가 저 푸른 하늘처럼힘들게 찾은 자유가 어스름 새벽처럼아쉬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한꺼번에 몰려 들어서 나는 목놓아 울었네원없이 울었네맺힌 감정을 다 풀어 내는 듯이더 슬픈 노래는 없을거라 기도하며나는 자유롭게 울었네울음 꼬리가 길게 아주 길게그렇게 울었네 함꼐 울지 못하는 그대를 생각하며그동안 애써 막았던 슬픔의 행로를이제서야 활짝 열어주네이것은 새로운 길을 맞기 위한 의식이 울음 그치면 나는 비로소자유인으로 담담히 걸어 가리라고개 숙이고 먼 곳을 향해 걸어 가리라 -정 경 심- 더보기
[시] 대화 / 류근 새로운 마음으로이 여름을 감사하며... 대화 이쪽에서 소리를 멈추자저쪽에서도 곧 소리를 멈추었다 소리 안에 있을 때 들리지 않던 소리가들리기 시작했다 침묵도 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침묵에도 크나큰 성대가 있다는 것을처음 깨달은 사람들은 침묵이 데려다준 소리로 언어를 만들어비로소 서로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쪽과 저쪽의 가슴이 저쪽과 이쪽의 가슴에 전하는깊고 따뜻한 침묵의 발음이었다. 더보기
[시]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 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봄, 여름,가을,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그만큼이 인생이다 더보기